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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찬욱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 극장에서 한 번, 집에서 또 한 번 보고 쓰는 헤어질 결심에 대하여! 스포 주의 Decision To Leave

<<헤어질 결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 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그들의 <헤어질 결심>

탐문과 심문 시간을 통해 서로 비슷하고 끌리는 사람이란 걸 깨달은 해준과 서래. 해준이 잠복수사를 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가고 빠지게 되며, 그녀에 대한 안쓰러운 감정들이 쌓이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사건의 시발점이었을까..?

서래 또한 그가 주는 감정을 느끼고 의도한 마음이 점차 사랑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며, 둘만의 관계가 조금씩 발전된다.
하지만 살인의 진실을 알게 된 해준은 깊어져 버린 사랑 앞에 공과 사를 구분 짓지 못한 채 수사를 덮어버리며 둘의 관계가 끝나는 가 싶더니.! 그럴 리가. 해준에게 느낀 감정이 다른 남자들에서 느끼지 못한 임팩트와 깊은 여운이어서 일까..?
서래는 또다시 해준 앞에 또 다른 사건으로 나타난다. 나 참.
해준이 발령난 또 다른 곳에 서래가 또다시. 어후..


보면서 왜 서래는 해준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서 저렇게 못살게 구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질투? 미련?

갖지 못하면 내 생각이라도 끝까지 해라 이건가..? 아님 옆에서 계속 보고 싶어서?
나중에 들으니 이 방법밖에 없다더라.. 해준같이 잘난 남자가 자기 옆에 있으려면... 흠.. 아무튼. 저 해준이란 남자나 서래나 너무 불쌍했다. 뭐 자기들이 그 감정의 굴레를 만든 탓이겠지만. 잘한 건 없다. 그냥 단순하게 불쌍한 마음 거기까지다.
특히나 해준의 눈이 강해 보이지만 참 슬픈 눈을 하고 있어서일까. 보는 내내 안쓰러웠다.
또 다른 살인사건으로 나타나 해준을 미치게 만들며 내 기준 최고의 명장면이 나타났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참..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할까. 그동안의 울분을 터뜨리는 듯했다. 해준스럽게...
고요하게.. 혹은 너무 처절히 울부짖지 않게.
또다시 심문이 시작됐을 때 처음에 먹던 고급초밥과는 다르게 나타난 핫도그 하나가 초라하니 인상 깊었다.
왜 그런 남자들만 만나냐는 해준의 질문에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서라는 서래의 대답이.. 참.. 묘하게 닭살 돋게 들렸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살아있던 서래와 해준의 살인사건 내막이 담긴 음원 파일을 해준에게 전해주며 바다 깊은 곳에 던지라고 말한다.
해준이 처음 서래에게 했던 말과 같다. 그렇게 질긴 인연을 내내 끌고 가다 서래가 갑자기 행방불명된다.
해준은 서래 씨 서래 씨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목이 터지도록. 그렇게 서래를 찾으며 끝이 난다.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 관객만이 알 것이다. 

아무 정보 없이 맨 처음 볼 땐 어느 곳에서 본 적도, 느껴 본 적도 없는 스토리, 홀린 듯 끊임없는 전율로 타고 타고 끝까지 그들과 같이 달리게 된다. 영상미, 음향도 한 몫한다. 두 번째, 다시 볼 땐 마음의 여유가 있으니 나의 사적인 평가와 감정이 들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저 부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바라기인데 해준은 상냥한 남편의 탈을 쓴 채 신경은 오롯이 서래에게 쏠려있다. 참 짜증나 저 남자.. 그저 그런 남자인 걸 알면서도 마음 한편에 해준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감정이 숨어있었다.  왜 계속 홀린 듯 보게 되냐고.. 이런 감정들..?!!
끝까지 해준과 서래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러브스토리? 아님 수사라고 해야 하나.. 전전긍긍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서래와 해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우리 관객의 몫이다. 처음에 나는 왜 이런 불륜영화를 저리 예술적으로 멋지게 표현한 거야!라는 마음이 살짝 있었다. 사실, 아무도 그렇게 설명한 적은 없다.
저 사랑이 도덕적이고 평범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보인 거면 우리가 그렇게 본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보는 사람 마음. 박수나 비판도 작품을 본 사람의 몫.

나는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요.
1차적으로는 전율의 대사로, 2차적으로는 서래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들렸다.

이제 알았다. 서래는 사랑에 미숙했기에 저런 결정을 내린 것이구나.

성숙했다면,  그 사람이 편히 잠들었으면,

그 사람이 자주 미소 지었으면.. 정말 행복했으면.. 하며 바라지 않았을까?
그 후, 해준은 어떻게 살아갈까 너무 궁금하다.. 잠도 못 잔 채 말라갔을까.. 행방불명된 서래에 그의 곁을 떠난 부인까지.

게다가, 자부심 넘쳤던 새하얀 업적에 남모를 빨간 줄이 그어져 있으니 말이다.